비가 세차게 내린다.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화장실로 가서 샴푸를 찾는다. 욕실 한구석 복숭아 샴푸. 얼마 남지 않은 빛바랜 통을 들고, 현관에 있는 슬리퍼를 신고 밖으로 나간다.

우산도 없이 정신 나간 사람처럼 아이들이 노는 놀이터로 가서 그네 옆에 선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눈을 뜰 수가 없다. 하늘이 물 싸다구를 때리고 있다. 손에 들고 온 샴푸 뚜껑을 열고 머리에 부어 본다. 순식간에 하얀 거품이 일어나, 거품범벅이 되고 달달한 복숭아 냄새가 퍼진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거품으로 덮여 사람인지 알아볼 수도 없다. 조금은 깨끗해진 기분이다.비를 맞고 서 있는 이 순간이 말할 수 없을 만큼 후련하고 자유롭다. 엄마와 우산을 쓰고 지나가던 아이가 나를 보고는 소리를 치며 도망간다.

맞다!

우리 엄마는 이 동네 미친년이고 나는 미친년의 딸이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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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 기색조차 없던 뻔뻔한 엄마의 눈. 검은 눈.
엄마를 싫어하게 된 그 날부터 내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다음 페이지가 궁금한 소설, 독자로 하여금 끝을 짐작할 수 없게 만드는 소설이 있다.
여리사의 소설 〈엄마는 나쁜 년이다〉가 그렇다.
짐짓 도발적인 제목 아래 단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놀라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긴박한 사건들, 진솔하고 가식 없는 심리 서술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소설을 읽는 재미를, 이유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여리사 지음

저자 : 여리사
파랑새를 찾아 온 세상을 돌아다니던 나.

소중한 것들은 늘 작은 것에서부터 온다는 걸

깨닫게 되기까지 걸렸던 시간들을 돌아보며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돌이켜 보면 작은 것의 소중함을 모르고

방황했던 시절 역시 고마운 시간들이었습니다.

그 속에 스쳐간 인연, 남은 인연, 단단해진 인연들.

삶이라는 시간 여행을 통해

얻어지는 모든 것들에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여리사